운동학습

이것만 알면 모든 동작은 배울 수 있다. '운동학습편'

 

'학습(學習)'이란 단어는 무슨 뜻일까요? 사전을 찾아보면 '배우고 익힘'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면 '운동학습(Motor learning)'은 무슨 뜻일까요?

 

어렵지 않습니다. 이와 비슷하게 무언가를 배우는 과정인데요. 앞에 '운동'이 붙어있는 '운동학습(Motor Learning)'은 어떠한 '움직임을 배우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움직임이란 단어가 또 거창해보일 수도 있지만, 이것또한 간단합니다. 거의 모든 움직임.. 우리가 스마트폰 천지인이나 쿼티 키보드를 쓰는 것도 동작(움직임)이고요. 크게 보면, 자전거를 배울 때, 배드민턴을 배울 때, 웨이트 트레이닝 배울 때도 그렇고, 심지어 운전하는 법을 배울 때도 팔, 다리, 고개 움직이기 등등 움직임이 포함되어 있기에 이 운동학습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세상 모든 움직임을 배울 때 필연적으로 거치게 되는 이 '운동학습', 과연 그런지 한 번 알아볼까요?

 

Little boy riding a bicycle on sidewalk,  Mircea Iancu

운동학습은 크게 세 단계를 거치게 됩니다.

우리가 처음 어떤 동작을 배울 때를 떠올려보시면, 그 과정이 거의 동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세 단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지 단계
(Cognitive
stage)
합 단계
(Associate
stage)
동화
단계
(Automatic
Stage)

(운동학습의 단계)

 

  1. 인지 단계(인식 단계, Cognitive stage)

인지단계는 말그대로 어떻게 움직이는지 방법을 배우는 단계입니다. 움직임이 서툴고, 목표하는 움직임의 성공률이 떨어집니다. 절차를 다시 인지하고 재시도 반복을 합니다.

 

처음 무엇을 하는지, 과제를 수행하는 목적이나 목표, 그리고 수행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는데, 과제 수행을 위한 동작의 절차 또는 요소에 대해서 배우게 됩니다. 어떻게 움직이는지 감을 잡는 시기로 볼 수 있습니다. 이때는 시행착오가 가장 많은 단계로 잘못된 수행과 정확한 수행을 구별하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2. 연관 단계(연합 단계, Associtive stage)

연관 단계는 조절, 조율하는 단계입니다. 아직 정제된 움직임이 아니다보니 과도한 노력으로 다관절에서 큰 움직임과 높은 근긴장도를 보이기도 합니다.

 

이전 단계 보다는 실수가 적어지고 섬세한 조율에 집중하게 됩니다. 이전 단계가 동작의 절차를 배우고 시작하는 단계라면, 이제는 일정하고 효율적인 동작을 만들어내는데 목적이 됩니다. 이때는 좀 더 효율적으로 과제수행을 하기 위해 과도한 노력이 나타나기도 하고, 계속해서 수정해나갑니다. 그만큼 오류가 줄어드는 단계이기도 합니다.

 

3. 자동화단계(Autonomous Stage)

마지막 단계인 자동화 단계는 움직임이 자동적이 되는 단계입니다. 동작을 수행함에 있어 큰 노력이나 주의집중이 없이도 과제 수행을 할 수 있는 단계입니다. 어떤 움직임을 배운다면 이 단계가 최종 목표가 됩니다.

 

_

 

학과 실습생이 병원 실습을 오면 내주는 운동학습 단골 질문이 있는데요. 운동학습에서 더 잘하기 위해서 필요한 가지 요소는 무엇이 있을까요?

 

정답은 'Practice(연습)'과 'Feedback(되먹임; 피드백)'입니다.

다시 간단하게 생각해봅시다. 잘 못하는 걸 잘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요소가 필요합니다. 바로 연습과 피드백입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죠?!

 

연습을 안하는 것보다는 하는 것이 도움이 되지만, 그렇다고 연습만 한다고 수준이 향상되는 것은 아닙니다.

연습도 정말 다양하게 접근해볼 수 있는데요. 먼저 연습량을 늘려보는 것, 빈도나 타이밍을 수정해보는 것 등이빈다.

그렇기에 피드백이 필수인데, 스스로 거울을 보거나 동작에 대해 되먹임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내재적 피드백'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치료사나 강사와 같이 외부로부터 움직임에 대해 평가받고 수정해나가는 것은 '외재적 피드백'이라고 합니다. 둘 중 무엇이 더 중요할까요?

 

당연히 둘 다 중요합니다.

 

계속해서 연습하다보면 스스로 터득해내는 경우도 있지만, 생각보다 멀리 돌아가는 길일지도 모릅니다. 전문가에게 피드백을 받고 방향을 수정해나간다면 그만큼 시간을 절약할 수 있겠죠?! 내재적 피드백이 중요한 점은 남이 내 움직임을 대신할 수 없기에 결국 움직임을 직접 수행하는 것이 자신이란 점이 큽니다. 내 감각기관으로 느끼고 운동기관으로 수행해내야하니깐요. 외재적 되먹임 또한 내가 배워가는 과정에 있어서 허허벌판에서도 네비게이션 같은 존재이므로 둘 다 중요하다는 점을 떠올려보시며, 혹시라도 내가 하는 동작 중에서 더 향상시키고 싶은 게 있다면, 나의 내재적 피드백 관점과 외재적 피드백 관점 중 어떤 부분에서 보완이 필요한지 떠올려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상적인 예를 한 번 들어보겠습니다.

 

상황) 운전을 처음 배울때와 면허를 따고 처음 도로에 나섰을 때

 

인지 단계: 움직임의 수행방법을 인지

- 차량 내부 조작 장치 명칭과 조작법에 대해서 배움.

- 손으로 조작하는 것과 발로 조작하는 것 구분.

- 이와 동시에 시야 확보, 돌발상황에 대한 대처를 위한 고개 움직임 시선 이동 연습.

- 가속 패달과 브레이크 조작을 해보며 감도를 연습.

 

연관 단계: 방법은 알지만 목적하는 움직임을 위해 여러 부분에서 협력근의 과한 긴장

- 조작법은 이미 알겠으나, 좀처럼 온몸에서 힘이 빠지질 않음.

- 동작이 대체로 크고 둔탁하고, 갑작스럽게 나타나거나 아예 긴장때문에 움직임이 덜함.

- 고개를 거북목을 넘어 기린처럼 쭈욱 내밀고 목과 어깨에 긴장이 가득함.

- 긴장한 목과 고개의 뻣뻣함 때문에 사각지대 체크하기도 어려움.

- 연습과 피드백을 통해서 점점 긴장도가 떨어짐.

- 핸들 조작도 가벼워지고, 고개도 의자에 기댈 수 있을 정도로 적응하게 됨.

- 패달 조작도 급하게 밟지 않고 가볍게 밀고 놓고 가능해짐.

※ 이 과정 자체가 근긴장도 High -> Low 로 떨어지는 과정으로 볼 수 있습니다.

 

자동화 단계: 목적하는 움직임을 하기위해 과도한 노력 없이도 선택적인 움직임 수행 가능

두 손으로 운전하던 것이 한 손으로도 가능.

 

★ 이제 운전하면서 남 운전 하는 걸 깔 수 있게 됨. -> 이 수준이면 자동화 단계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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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으로는 임상적으로 마비 환자의 운동학습 단계를 적용해보겠습니다.

 

예) 우측 마비 환자로 하지 MMT(Proximal: P-, Distal: P-)인 환자로, Sit to standing과 Standing에서 환측으로 무게지지나 무게이동이 원활하지 않음.

 

인지 단계: 움직임의 수행방법을 인지

- 환측(우측)으로 무게를 딛기 위해서는 우측의 가동성과 안정성이 제공되어야 하므로 이에 대한 중재 진행.

- Sit to standing 개선을 위해서는 앉은 자세에서 골반에 실린 체중을 발바닥으로 이동시킬 수 있어야 하므로 무게중심이 발바닥으로 이동할 수 있는 중재를 진행.

- 아무래도 자동적으로 환측으로 무게를 딛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면, 치료사가 환측을 보조하며 무게중심을 환측으로 좀 더 실을 수 있도록 당겨주거나 밀거나 가이드를 해줌.

충분한 감각 자극과 근 긴장도 상승이 느껴지고, 체중심 또한 mid-line에 잡혔다면 이 자세를 반복.

 

연관 단계: 방법은 알지만 목적하는 움직임을 위해 여러 부분에서 협력근의 과한 긴장

- 치료사 보조하에 Sit to standing 과정과 standing 자세에서 건측(less affected side)에서 환측(affected side)로 무게중심을 옮기며 지지할 수 있는지 확인.

- 보조를 줄인 상태에서 스스로 무게중심을 이리저리 옮길 수 있는지 확인.

- 바로 가능한 과제 보다는 조금 더 노력이 필요한 수준까지 연습.

- 무게중심을 이탈하거나 균형을 잃었을 경우 위험에 대한 피드백, 버틸 수 있는 한계선까지 움직임 재반복 연습.

 

자동화 단계: 목적하는 움직임을 하기위해 과도한 노력 없이도 선택적인 움직임 수행 가능

- 보조를 해준 상태라 하더라도 앉아서 일어서기 동작에 있어서 처음보다 도와주는 힘의 강도가 현저히 줄어들었을 것.

- 어느정도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면, 좀 더 난이도가 높은 움직임에 대해서 새로 연습 시작.

- 움직임에 대해서 크게 의식하지 않은 수준에서 움직임이 자연스럽게 나올때까지 반복 연습.

- 모두 수행 가능하다면, 좀 더 균형 유지가 필요한 상황에 노출, 이중과제 등으로 난이도를 올림.

 

뇌졸중인 환자를 치료할때 동작에 대해 말로 설명하는 것과 동작에 대한 가이드를 해주는 것 중 어느 것을 강조해야 하는가?

- <운동학습 개정 3판, 역자 안소윤 외>

운동조절 책을 보면서 이 부분이 참 인상깊었습니다.

임상적으로 환자를 치료할 때 보면, 말로 설명을 알아듣고 학습이 가능한 환자군과 그렇지 않은 군이 섞여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무엇이 더 효율적이다고 하기는 애매하지만, 각각 상황에 맞게 사용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로 말로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치료사의 손으로 가이드하거나 보조도구나 보조를 통해 환자 스스로 체성감각을 받아들이고 운동신경을 사용할 수 있는 게 최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언어 결함을 가진 환자(실어증; 감각실어증 등)에게 '말(언어)'로만 큐(Cue)를 주거나 요구하거나 움직임을 유도하는 건 크게 효율이 떨어지는 행위일 수 있습니다. 언어영역의 손상 뿐만 아니라, 환자의 손상 범위에 따라서 이해하는 수준도 천차만별로 다를 수 있습니다.

 

상에서 흔히 하게 되는 운동학습을 방해하는 요소를 소개해보려 합니다. 바로 전문인력인 우리(치료사)가 전문용어로 환자와 일반인에게 말로써 교육을 할 때 입니다.

내가 알고 동료가 아는 용어라고해서 일반인도 알 것이라고 생각하면 정말 오산입니다. 전문용어 사용이 자신의 전문성을 알리는 것 같지만, 소통의 관점에서 보면 외래어를 사용하는 것과 같게 느껴질 것입니다. 마치 한국어만 아는 사람에게 불어나 영어로 가르치려는 상황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진정 운동학습을 바란다면, 환자의 눈높이, 보호자의 눈높이, 일반인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 습관을 가지는 것이 좀 더 나은 운동학습 결과를 가져오리라 믿고 있습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제가 스피치 학원에서 배웠던 법칙 중에 '아모르(Amor) 법칙'이란 게 있었습니다. 비법은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모)르는 것을 설명해주는 것'입니다. 상대방이 알고 있는 수준, 즉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서 알기 쉽게 설명을 해주면서 재교육을 이끌어내는 것입니다. 간단하게 보면, 아이에게 모르는 걸 가르쳐줄 때처럼 설명을 해주는 것과도 비슷하겠죠?! 마지막으로 재밌는 건 이 아모르라는 단어는 영어사전에 '사랑'으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사랑이 없다면, 강요, 명령밖에 되지 않겠죠? ㅎㅎ (저도 잘 안됩니다! ㅠ)

 

<운동조절>

 

 

(운동학습중)

 

동학습을 소개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움직임을 배우는 원리'는 같다는 점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물론 개인차에 따라 한계치는 존재하겠지만, 이 과정(단계)을 따라서 내 실력을 대입해보고, 어떤 단계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평가해본다면, 무조건적인 연습만 할 게 아니라 조금 더 효율적으로 움직임을 터득하게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자, 배우고 싶은 동작이 있으신가요?

뚝딱이라서 망설이고 계셨다면,

  1. 일단 어떻게 하는지 배워보시고,
  2. 처음부터 잘 되는 것은 없다! 연습 또 연습! 스승이 있어도 좋고 없어도 스스로 체크해가며 피드백&피드백!
  3. 동작이 조금 더 가벼워지고 수월해질 때까지, 또 연습과 수정을 반복하며 자동화 단계까지 이룩해보아요-!

 

이상으로 운동학습 글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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