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움직임은 모두 단 두 가지 범주로 나눌 수 있는데요.
과연 그 두 가지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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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움직임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요.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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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말해서 전자는 '내 마음대로' 움직이는 것을 말하고, 후자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나타나는 움직임을 말합니다. 좀 더 도식화를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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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은 '움직임의 의도(O)'와 '실제 움직임(O)'이 동시에 일어나는 움직임을 '수의적인 움직임'으로 볼 수 있습니다.
움직임 자체를 우리가 의도(Intended)한 것인지 여부에 따릅니다. 예를 들어, 방이 어두워서 불을 켜기 위해 스위치를 누르는 행위라든지, 물을 마시기 위해 손을 뻗는 일, 글을 아래로 넘기기 위해 화면을 스크롤 하는 것 등등 '이거 해야지~' 하고 생각했던 것이 실제로 움직임이 나타났다면 그것입니다.
너무도 당연한 이 과정에 실은 우리의 대뇌(Brain)와 척수(Spinal cord), 그리고 근육과 연접한 신경까지 모두 관여하고 있는데요.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하는 것에 이렇게 많은 기관이 연관되어 있다니.. 내 몸을 내 마음대로 하는 것이 이렇게 큰 일인지는 매번 놀라게 합니다.
하지만 이는 곧 우리가 '생각한대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이 중 하나라도 문제가 있을 경우, 마음대로 움직이기 어려운 상황이 생길 수 있음 또한 말해줍니다.
물을 마시기 위해 손을 뻗을 때 상황을 수의적움직임 관점에서 분석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책상 위에 가까운 곳에 컵이나 물병이 있다고 떠올려봅시다. '아 목이 마르다'하고 떠올렸다면 컵의 물을 마시겠죠. 이 과정을 조금 더 자세하게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 물을 마시고 싶다는 생각 (뇌)
- 물이 어디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움직임(시선, 몸통, 목과 머리 움직임)
- 목표 확인 후 팔근육의 뻗기 동작을 위한 준비 (뇌에서 운동프로그램 검색)
- 물을 마시는 동작에 대한 명령
- 팔을 뻗는 동작과 그 동작을 수행하기 위해서 몸통의 움직임에 대한 명령이 동시에 발현
- 팔을 뻗는 수의적 움직임과 사지가 움직이는 동안 체간에서의 안정성에 대한 명령 (운동신경로, 척수)
- 팔을 뻗음과 동시에(혹은 이전에) 손가락 폄을 위한 준비
- 손가락을 펴는 동작과 동시에 대상에 대한 무게 예측과 힘 조절 대비
- 컵이나 물통을 잡았을 때 로딩 계산
- 컵을 들어 마시는 동작에서 쓰이는 움직임, 물통을 들어 컵에 따르는 동작에 쓰이는 움직임
- 물을 마시기위해 입을 벌리고 고개를 젖히는 동작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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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움직임에도 이렇게 무수한 움직임의 조합이 나타나고 있죠?! 뇌에서부터 실제 근육까지..
*참고: 수의적인(≒의도한) 움직임은 대부분 Corticospinal tract을 통해 전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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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적 움직임에서 대뇌로부터 근신경까지 이어지는 길은 신경계의 관점으로 본 것이라면, 실제적인 움직임이 나타나는 근육의 관점에서는 근수축 과정 또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간략히 근신경원의 구조를 살펴보자면 하나의 근섬유(Muscle fiber, 이것들이 모여서 우리의 근육 덩어리가 됨)는 Actin과 Myosin으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운동신경원(motor neuron)이라 하여 근육을 지배하고 있는(연결되어 있는) 신경과 근육이 맞닿아있는 경계부인 근육의 접합부인 Neuromuscular junction(synapse)에서 전기자극이 전해져서 근육을 움직일 수 있게 됩니다. 근수축 과정은 다음에 설명하기로 하고, 한 가지만 기억하신다면 수의적 움직임은 겉질 척수로가 작용하여 실제적인 골격근의 수축이 일어나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내 의도(근육을 써서 움직이자!)'가 '실제적 움직임'이 되기 위해서는 중추신경계부터 말초신경계까지의 자극이 필요하고, 실제적으로 근육에서 근수축이라는 활동이 일어나야 실제 움직임이 나타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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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 했다, 의도하지 않았다.. ?!' )
2번인 불수의적 움직임을 도식화 하면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움직임의 의도(X)' '실제 움직임(O)' -이 나타나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습니다.
내가 움직이고 싶지 않아도 몸이 저절로 움직이는 상황이 대표적인데요. 가장 쉬운 예로는 우리가 잠을 잘 때에도 나타나는 움직임을 떠올려보시면 됩니다. 잠을 쿨쿨 잘 때도 우리 몸의 기관인 심장도 두근두근 뛰고 있고, 숨도 들숨날숨 쉬고 있고, 내 의도와는 달리(?) 몸을 뒤척이는 것 또한 그렇게 볼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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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 들었던 것들을 하나하나 조금 더 상세하게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불수의적 움직임의 대표주자는 단연 심근(cardiac muscle)의 활동입니다.
*참고: 심근(cardiac muscle, heart muscle, myocardium) <Wikip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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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대지마 심장아' 같은 문구를 본 것도 같은데요. 그렇습니다. 심장은 내가 멈추라고 멈추는 게 아니고, 뛰라고 더 뛰지도 않는데, 그 이유 또한 심근이 불수의근이기 때문입니다. 심근에는 ‘자율박동세포(autorhythmic cell, pacemaker cell)’라는 세포가 자발적으로 전기자극을 생성하여 심장근육에 직접적으로 수축을 만들어냅니다.
우리 마음대로 심장박동을 빨리 뛰게 하거나 느리게 만들 수는 없습니다. 영화<원티드>에서는 이 심장박동을 수의적으로 빠르게 만들면서 탈인간(?)적인 히어로적 판타지를 가미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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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불수의적 움직임은 무엇이 있을까요?
우리의 호흡도 실은 호흡근의 작품(?)이란 것, 알고 계셨나요?
*참고: 호흡근 <Wikipedia>
숨을 쉴 때에는 어떤 움직임이 나타날까요?
우리가 숨을 쉴 때는 어떻게 움직여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 않죠. 그런데 이 당연한 호흡에도 우리 몸의 근육은 열일(!)을 하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친구들이 바로 '호흡근(respiratory muscles)'입니다. 이또한 들숨과 날숨을 만들어내는 움직임이였던 것이죠. 기본적으로 호흡은 가로막(횡격막, diaphrgm)이 아래로 갔다가 위로 올라가는 과정에서 폐의 용적이 바뀌면서 나타나게 되는데, 근육 중 주인공은 갈비사이근(intercostal muscles)이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물론 '나는 내 마음대로 호흡하는데!?' 하고 떠오르시는 분도 계실 겁니다. 숨을 크게 들여마시거나 호흡이 가빠졌을 때 급하게 내쉬거나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을 때에는 수의적인 움직임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생각지 않고 있을 때에도 일정 호흡 패턴이 나타나는 것은 분명 불수의적 움직임으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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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불수의근은 어디에서 볼 수 있을까요?
우리 소화기관 내벽인 내장근 또한 근육이며, 자율신경에 조절되고 있는 불수의근이기도 합니다.
하물며 혈관의 수축도 영향을 받습니다. 약간 애매하긴 하지만 우리가 소리를 내는 성대 같은 경우에도 수의적인듯 수의적이지 않고 불수의적인 움직임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겠죠?(가수분들은 제외하겠습니다.)
위에 나열된 불수의적 움직임의 공통점은 말그대로 우리가 그 움직임을 '의도하지 않은' 상태이지만 자동적으로 그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대부분 자율신경계의 영향을 받고 있으며, 척수와 뇌 또한 긴밀한 연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내장기관 외에 일상속에서도 우리가 저절로 움직이는 상황은 어떤 게 있을까요?
'운동조절(Motor control)'편에서 미처 설명하지 못한 부분 중 하나인 '반사이론(Reflex theory)'에 대해서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Reflex theory는 기본적으로 움직임을 자극에 의해서 나타나는 것으로 보는 이론입니다. 역으로 생각해보면 이 자극값이 없으면 움직임은 발현되지 않는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특정 조건화로 볼 수 있는데, 특정 자극값이 있을 경우, 일정한 반응이 움직임으로 나타난다는 것이죠.
그 예로 깊은 힘줄 반사(Deep tendon reflex)를 들 수 있습니다.
(아래 영상 참고)
깊은 힘줄 반사(검사)는 말초신경계를 검사하며, 중추신경계 손상을 알아볼 수 있는 유용한 검사법인데요. 여기서는 검사법에 대한 이야기 보다는 움직임 관점으로만 해석해보겠습니다.
정상인의 경우, 이렇게 힘줄을 검사망치로 톡 하고 두드리면 내가 움직이고 싶지 않았지만(의도 X) 몸에 내재된 반사(reflex)로 움직임(반응 O)이 나타나게 됩니다. 불수의적 움직임으로 볼 수 있겠죠?!
위와 같이 검사를 하지 않아도 저절로 나타는 경우도 많습니다.
우리가 모니터나 스마트폰을 보다가 고개를 갸우뚱하고 한쪽으로 기울였을 때, 신기하게도 우리의 눈은 고개 방향과 반대로 움직이며 시선을 수평으로 맞춰줍니다. 안구 주변 근육이 열일(!)해준 덕분이죠. 게다가 지면이 흔들리면서 좌우로 균형이 한쪽으로 쏠렸다면 이때 고개도 내가 큰 생각을 하지 않았어도 수평을 유지하게 되는데, 이는 Right reaction(정위반응)이라고 합니다.
발을 헛딛었을 때나 갑자기 중심을 잃고 앞으로 넘어질 것 같을 때에도 자동적으로 나오는 동작이 있습니다. 먼저 팔을 뻗어서 몸을 보호한다든가, 스템이 꼬인 발 대신이 다른 발을 내밀어 넘어지지 않게 지지한다든가 등등 우리 몸에는 정말 다양하고 수많은 불수의적 움직임이 자동적(automatic)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참고: 깊은 힘줄 반사에서 피검자가 의식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려고 하면 움직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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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뭐지?)
<간략한 요약>
우리의 움직임은 둘 중 하나입니다. - 수의적이냐(voluntary), 불수의적(involuntary)이냐? - 내가 하려고 했느냐, 아니면 저절로 나타났는가? |
제목부터 내용까지 움직임을 두갈레로 나누긴 했지만, 내 의도대로 팔다리를 움직이려면 자세조절근의 활동이 필수인 것처럼, 실제 움직임에서는 수의적인 움직임에도 불수의적 움직임이 상호보완적인 모습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우리 몸은 우리가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도 계속해서 보완하고 훨씬 더 나은 움직임을 향해 열일(!)하고 있답니다.
게다가 의도된 움직임이라 하여도 어떤 움직임이든 항상 의도한대로 척척 이뤄지진 않습니다. 우리가 생각만으로 번쩍-! 하고 움직일 수 있었던 우리 몸, 그리고 움직임을 위해서는 대뇌뿐만 아니라 언급하지 못한 바닥핵, 소뇌 등등 신경계 뿐만 아니라 여러 신경로도 경유하고, 근수축 과정까지.. 정말 복잡다단하다는 점을 상기시켜 보시면, 잘 안되는 움직임이 있더라도 '원래부터 이렇게 복잡하고 어려워서 그럴 수 있겠구나..'하고 떠올려보시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희망적인 부분은 서툴고 의도대로 잘 되지 않아도 우리 움직임이 바뀔 기회는 충분하다는 점입니다. 움직임과 관련된 신경계에는 신경가역성(neuroplasticy)이라 하여 바뀔 수 있는 기전이 있기 때문인데요. 신경가역성, 그리고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움직임을 배우는 과정이자 변화의 필수요소를 설명하는 운동학습(motor learning)에 대해서는 다음 콘텐츠에서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건강한 움직임이 되시길 바라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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